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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 김재완
제 목 | 3. 역학 여행의 시작 | ||
등록일 | 2016.07.19 | 조회수 | 1,614 |
사람들을 만나면 자기 팔자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 그것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나이를 불문하며 지역에 차별도 두지 않는다. 이것은 누구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과 불안감에 의한 마음에서 기인한 것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하늘과 땅, 우주의 별자리를 바라보면서 그것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매우 중요시 생각해 왔고 연구해 왔다. 그것은 주역에 근거한 풍수지리학, 운명학, 택일 같은 것이다. 과거 유명한 사상가나 학자, 정치인 등 지도 계층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천문과 지리 운명학을 공부하였다. 이러한 사주학은 가문의 비급이나 스승과 제자간의 전달을 통해 후세에 전파되어 왔다.
필자가 처음 사주학을 접한 때도 미신이나 무속신앙으로 사람들에게 오인 받고 있던 시절이었다. 요즘도 그러하지만 이제 대학에서 정식 교과과목으로 인정받을 만큼 많은 부분 오해를 벗어나고 있는 실정인 듯하다. 그 당시 사람들은 젊은 놈이 뭐할 것이 없어서 사주쟁이를 하려고 하느냐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역학이란게 그동안 국민들에게 너무 멀어져 있어서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 들고 또 어렵고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란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처음 역학을 접하게 된 건 20대 무렵이었다. 당시 사업을 하고 있었고 한땐 1년에 억대의 돈을 벌기도 하던 그럭저럭 괜찮은 사업가였다. 하지만 2000년 庚辰年부터 사업이 기울어 결국 그동안 벌었던 돈까지 모두 잃으며 실패의 쓴맛을 보아야 했다.
지금 생각하니 98년 99년 운세가 너무 좋아서 돈을 번 것이지 필자의 능력이 탁월해서 일찍 돈을 번 것이 아니였다. 다만 소중한 경험과 은행 빛 1억 가량이 앞으로 내가 인생을 살아가야 할 밑천으로 남아 있었을 뿐이다. 앞날이 깜깜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그저 답답한 세월이었다.
잠시 시골에 내려가 있던 중 어머니가 나를 이끌고 어딘가를 찾아갔다. 찾아간 곳은 시골 점집이었다. 나는 그렇게 역학이라는 것을 처음 접해 보았다. 또 마음의 위안도 받았다. 맞건 맞지 않았건 역이라는 것이 세인들에게 그런 희망과 위안 그리고 앞날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다시 재기를 꿈꾸며 도시로 올라왔고 힘든 나날을 보냈다. 평일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주말이면 막걸리 통을 짊어지고 관악산 줄기에 올라가 막걸리를 팔며 살았다. 가득이나 깍 마른 체구에 한말짜리 막걸리 통을 산꼭대기까지 지고 올라가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였다. 하지만 이를 악물었다. 물론 불법이었지만 당시에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었던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일하고 나니 군포에 작은 쪽방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난방도 잘 안되고 화장실도 불편했지만 찜질방 신세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난 문득 잘나가다 이렇게 까지 전락해버린 내 인생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무작정 서점에 가서 사주책 한 권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헌데 무척 어려웠다. 다른 책을 사 보아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주학이란 것이 어렵기도 한 것이지만 책을 너무 어렵고 난해하게 썼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시중의 유명 서적을 사 보다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해석의 틀을 써 놓은 책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반 고전을 중심으로 격국에 입각하여 용신을 잡아 해석하는 기법이 거의 주류를 이뤘는데, 현실에 대입해 보면 너무 난해하고 잘 맞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 공부하길 포기하고 스승을 찾아 돌아다녔다.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강의를 들었고 내 스스로 판단하여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가며 공부에 매진하였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하나둘씩 찾아왔고 운명적으로 어쩔 수 없이 역업에 첫발을 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어떤 날은 보름 내내 사무실에 개미 한 마리 찾아오지 않는 날도 허다했다. 과정에서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몇 번 하였지만 그만둘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앞으로 역학은 발전할 것이고 제도권에 입성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하고 더불어 역학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아 이게 내 팔자인데 다른 데 가서 뭘 또 하겠어 알아주는 날이 오겠지......” 생각하며 살았다.
아무튼 그땐 힘들었던 세월이었지만 그때의 힘들었던 시간이 더 공부하게 만들었고 지금 나를 더 열심히 살게 만든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그때 내 나름대로 좀 쉽고 이해하기 좋은 사주 책을 써보기 위해 뼈대를 만들었고 몇 년의 세월과 강의를 통해 얻어진 진리와 노하우를 최대한 쉽게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세간에 수많은 비법이 난무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비법은 아침에 해가 떠오르는 이치를 알고 저녁에 해가 지는 이치를 아는 것이 비법 같다. 그것이 오늘의 해가 다르고 내일의 해가 달라 변화하는 이치를 알아가는 것이 사주학의 근본 핵심이다. 이런 변화무쌍한 우주에 논리는 그것을 오랜 세월 관찰하고 분석하면서 얻게 되는 깨달음을 통해 이루어진다. 필자가 보아온 비법이라는 것은 사주학의 어떤 특정한 논리를 가지고 활용하여 운명의 한 부분을 맞춰내는 것으로서 빙산의 전체가 아닌 일부분을 겨우 보는 것에 불과했다. 그것도 알고 보면 다 음양오행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그냥 한 측면의 이론일 뿐이다. 그것을 마치 특별한 보물인 듯 부풀려서 비싼 가격에 사고파는 것도 모두 혹세무민의 세태중 하나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故박재산 선생님의 자료가 수백만원에 거래 되었다고 한다. 필자도 그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실 수백만원까지 받아가며 거래할 자료는 아니고 명리공부의 한 측면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의 자료인 듯하다. 이것은 공부하는 사람들이 쉽게 무언가 결과를 얻어 보고자 하는 심리에서 기인한 것이고 또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한 혹세무민의 또 한 가지 세태로 보인다. 필자가 단언하건대 고진감래 없이 사주학의 깊은 이치를 깨닫기는 어렵다. 과정에서 많은 책과 자료 또 좋은 스승을 얻어야만 가능하지만 그 또한 스스로의 노력이고 인연에 의해 결정되는 듯하다.
음양이란 오고 가는 것이다. 시간과 노력, 열정 등등을 많이 투자해야 많이 오는 것이다. 고작 돈 백 몇에 터득할 수 있는 이론은 아니다. 물리적인 세월과 경험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니 오늘부터라도 주변사람들 사주를 바라보고 대화하며 이치를 한걸음씩 터득해 나가는 방법이 공부 잘하는 비결이다. 그러므로 세상에 특별한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을 알면 그것이 비법이다.
우리나라 사주학은 과거 자평학과 적천수 계열에서 근간한 학문적 풀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필자도 두 가지 학문을 두루 섭렵하였고 또, 다른 이론도 모두 접근해 봤으나 과거 자료는 과거 자료일 뿐 현대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팔자를 풀어 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론들은 격국을 중심으로 한 용신법을 사용하여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기법인데 서로 방식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결국 실전에서 섬세한 해설을 할 수 없는 이론들이다. 용신운을 만나면 그냥 좋다, 조금 좋다, 많이 좋다, 또 기신운은 그냥 나쁘다, 조금 나쁘다, 많이 나쁘다 등의 해석으로 국한지어 버릴 수밖에 없고 구체적이고 섬세한 해석을 할 수 없는 이론 구조이다. 그러한 이론은 사회가 단순했던 과거 시절에는 부합되었을지 모르나 고전 이론은 이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서는 기초이론에 불과한 듯하다. 필자는 그러한 논리를 과감히 버리고 각 글자들 간의 상호 발생되는 변화의 이치를 깨달아 적용함으로서 복잡하고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 적용하기 쉬운 이론을 책으로 담아냈다.
그러한 이론은 필자보다 앞서 많은 공부하신 선학들의 지혜를 빌렸으나 필자 나름대로 정리하여 또 한 권의 책으로 완성지은 것이므로 모두 필자의 생각만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현직 역술인으로서 많은 임상과 상담을 통해 얻고 깨달은 노하우가 함께 녹아들어 있으므로 사주학 지식의 많은 보탬이 되리라 사료된다. 이 한권의 책으로 사주학의 이론체계가 많은 사람들에게 정립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사주를 넘어서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이 있기를 바란다. 학문을 알기 전 사람을 알고 이해하여야 의식의 발달과 깨달음의 경지로 가는 것이며 깨달음이 없는 사주학자는 그저 장사치에 불과할 것이고 진정한 학자라 말할 수 없다. 인간을 알아간다는 것은 내 마음도 알아간다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히 공부한 사람은 사주학을 가지고 혹세무민하고 돈벌이에만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학문을 음미하고 세상을 음미하며 자신의 마음자리 또한 음미할 수 있는 마음에 여유가 생기게 될 것이다. 그것이 명리를 공부하는 이유이며 곧 마음의 혁명이며 사주학을 통해 부처가 말하는 공(空)의 세계로 다가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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